살기 싫을 때는 딸기
남자는 가을 타고 여자는 봄을 탄다고 하지요.
봄이 왔음을 느끼게 되었을 때
으레 살기 싫다(= 죽고 싶다)가도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떡볶이 때문이 아니라 딸기 때문입니다.
딸기 먹고 싶어서 살기 싫다 (=죽고 싶다)를 한 해 동안 유예 해두고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자리잡혔습니다.
우울증이나든가, 비관의 문제가 아니라
'아, 먹고 살기 힘든데 썩을...' 이거나 '살기가 귀찮다.'는 쪽의 마음입니다.
적극적으로 죽을 각오와 다짐은 물론, 방법에 대해서도 상상만 할 뿐
실제로 실행할 용기도 없습니다.
둘 다 쉽지도 않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니까
이왕이면 그냥 주어진 대로 살다가 가렵니다.
연초에 비타민과 영양소와 상큼함을 좀 충전해두고 나면 여름이 되고
복숭아 먹고 좀 살만한가- 하면 사과 나오고, 올해는 농사가 잘 됐나보네- 하다가 귤나오는 그런 한해를 살아가다보니
이제 도로 무르기도 곤란할 정도로 살아버리고 말았는데 말이에요. ㅎㅎ
몰라요 몰라,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를 낳은 것은 부모입니다. 어쩌라고요.
시트지 지겨워....
딸기와 크림 치즈를 섞어서 만들어 본 후 이마 탁을 했던...
딸기 요플레 맛이 나서 망했다- 싶었더랬습니다. ㅎㅎㅎ
무조건 크림으로 배합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딸기만 얼추 먹었던....
남들이 안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매번 카스테라로 시트를 조지다가, 퍽퍽... 하다고 해야하나,
스펀지 시트를 아무리 얇게해도 그 특유의 스펀지 같은 식감이 지겨워서
막판에는 꼼수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하다하다 케이크 만들기를 현질로 해결
페이스트리 스타일의 플렛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뜯는 맛이 나는 식감) 느낌이 좋겠다 싶어
비싸고 맛있는 몽블랑 하나를 찹찹 칼로 난도질 하고
생크림 2 + 설탕 1 + 크림치즈 2를 교반기를 이용해 배합한 다음
(절대로 재료들이 차가운 상태에서 도깨비 방망이나 믹서를 사용해야합니다.
손으로 거품기를 드는 것은 고난과 역경의 문을 여는 것이에요..)
스패츌러나 하다못해 테이블 스푼으로 잘 펴바른 후
잘 씻어서 손질한 딸기를 얹으면 끝입니다.
딸기가 많을수록 행복해집니다. :D
레시피도 저널링해야지
한 10년 전에는 컵케이크를 구워보겠다고 설쳤던 기록을 다이어리에 이식하는 중입니다.
컵케이크 집 사장님이 쓴 책을 보기도 하고 여러 베이킹 책을 참고해보기도 했지만
믿을 건 하나도 없었.... 아무튼, 베이킹의 세계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하고 복잡하면서도 빡칩니다...
베이킹 전문가나 파티셰가 쓴 책을 의외로 접하기 힘든데다 레시피북은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대부분은 자기 장사하면서 자기가 쓴 레시피라며 파는 책으로는 어차피 홍보가 목적 +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진짜 맛있는 제조 비법을 공개하면 자살골로 자기 사업에 위협이 되갰지요 ㅎㅎ
-오븐에 따라 다르다는 핑계도 지겹고요 ^^ 이젠 돈주고 안사요 책같지도 않은거)
요리 유투브나 영상이 많아진 요즘 세대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내가 직접 해보고 수정한 레시피가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이 결론...
가장 간편하게는 전문가가 만든 빵에다가 자신의 기호에 맞춰 커스텀해서 먹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lol
문제는 딸기를 직접 재배해보겠다고 재작년 설쳤었는데 말입니다...
딸기가 스트로(빨대)베리라고 불리는 이유는 쉽게 무르는 성질인데다
과육 자체가 땅에 닿으면 안되어 집단을 쌓아 보호해야하는 재배과정에서 나온 이름이다-라는 썰에
그렇군... 하며 큰 화단 사이즈의 화분을 알아보며 비료를 아이쇼핑하는 저의 뒤통수에 냅다 스매싱을 날리며,
더이상 집에 화분은 있을 수 없다.
인간도 많고 개도 있는데 식물까지 더 늘릴 순 없다!
식물등을 켜두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가족들에 의해 농사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루꼴라 키워달라고 할때 해주겠다고 딜이라도 해볼걸...
그저 죽지도 않고 잘 살아주고 있는 스파트필름과 몬스테라, 스투키에게 감사하며 살아가라며..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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