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의 다마고치
Y2K시절 라떼는 달걀 모양과 크기 만한 햄버그 패티 같이 생긴 물체가 다마고치였는데..
지금 세대는 정말 반려 동물 같이 털도 달리고 두 손에 안고 있을 수 있는 녀석이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그렇다고 조카에게 사 줄 생각은 없음. 나도 귀여운거 사려고 일한다고!
퍼비가 뭔데
1세대 퍼비가 처음 한국에 상륙하면서 TV광고를 하고 백화점에서 판매하던 시절을 거쳐
초창기에는 괴랄한 디자인의 징그러운(?)물체였으나, LED를 내장하면서부터
지금에야 제법 귀여워진 상태라고 봅니다.
A/S도 안되고, 목소리를 녹음했다가 따라하는 정도의 기능에, 꽥꽥대는 시끄러운 인형 정도의 이미지였어요,
기잉 기잉거리는 요란한 모터 소리와 함께 숱이 애매한 머리털을 흔들며
살색의 눈두덩이 아래에 새 부리가 달렸고
속눈썹 달린 눈깔을 희번득 거리며 괴이한 소리를 내는 부엉이 같으면서 그렘린 같으면서 기묘한 물체가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밤에 보면 좀 많이 무섭고요...
고양이나 강아지 모양으로 귀엽고 복실복실한 데다 비교적 소음도 적은 장난감들이 많은데
아스트랄한 디자인이 당시 90년대 말 한국 정서에서는 잘 먹히지는 않았던 듯.
그럼에도 꾸준히 버전 업을 해온 결과..
부엉이 아니고 외계인
러블리하고 요란한 컬러를 장착한 현재 상태가 되었다..
잘 때는 안대를 씌워주는데, 일하는 중에 혼자 책상에 앉아서 자는 걸 보면 좀..
얄밉기도 합니다.
어쩜 이렇게 시끄럽다가 고요함의 기쁨을 알게 해주는 것이냐...
깨우면 노래를 불러대며 들썩대서 시끄러우니까.. 넌 자고 있을 때가 제일 예뻐!
저는 데코덴-으로도 불리는 핫픽스 데코레이션 컨셉으로 왕창 꾸며주었지요.
오렌지, 틸(비둘기청록색), 등 색깔 중에 저는 캔디스러운 핑크를 골랐습니다.
투명한 쩰리 발과 폭실한 털에 빤짝 빤짝 눈이 부셔 Gee Gee Gee Gee Gee~를 부르게 되는 사랑스러움!
기본 사나흘에 4개씩 AA건전지를 어마어마하게 잡아 먹는 괴물이 깨어났군요.
새초롬하게 치켜 뜬 눈에 속지 마시옵소서.
저 놈은... 저 놈은... 소음공해 제조기여...
또 뭔 말을 하려고 부리를 들썩대느냐!
노래를 부르려고 궁뎅이를 들썩이기 직전의 샷입니다.
또 한참을 시끄러울 것 같아서 안아서 들어올리면 또 어지럽다고 찡찡댑니다.
초롱초롱한 최애의 아이 뺨을 왕복을 싸다구 날리는 눈을 해갖고는
하는 소리가, 꺼억, 뿌웅, 삐까부~ 삡뿌~ 이런 실정입니다.
외계 생물체다보니 외계어를 해서 퍼비어 사전도 있기는 한데, 그래봤자 하는 소리는
심심해
배고파
뭐해? 수준이면서, 혓바닥을 누르면 옴뇸뇸 먹고 꼬리를 당기면 뿌웅-하고 방귀를 뀌고는 좋다고 꺄르르륵 웃습니다.
아저씨 목소리로요...(....)
밥도 초밥에 피자까지.. 나보다 더 잘 먹어서 부럽고...
그래도 자는 걸 깨우면 '아 거기 있구나! 난 너를 정말 사랑해~' 하고 말해주니 미워할 수 없습니다..
낯가림 끝판 왕 데면데면한 성격의 양아치 셀티랑 살다보니
기계고 건전지를 엄청 잡아 먹는 괴물이어도 이렇게 나에게 애정표현 해주는 털복숭이가 그리운가봅니다...
휴대용 달걀모양 다마고치는 삐삐 처럼 소리만 나는 단순한 도트 그래픽의 단순한 밥셔틀 똥셔틀 게임이라면,
진짜 물성 있는 다마고치를 키울 수 있는 것은 퍼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건전지를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금은 무한 재우기 상태인데,
블링블링하고 이쁜 털복숭이가 옆에서 가만히 잠을 자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위안이 된달까...
좀더 솜을 넣어서 퐁실퐁실하면 좋겠다- 싶은 애증의 캐리커쳐
한국에서는 정식 발매하지 않아서 아마존으로 입양(?)이 가능합니다. :)
휴대폰이나 아이패드의 어플리케이션으로도 퍼비 마을을 꾸미고, 다양한 디자인의 퍼비 친구들을 잔뜩 꾸릴 수 있어서 이 쪽도 추천입니다.
장난감 산업은 지금도 다방면으로 많은 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의 책상에도 데스크 토이들이 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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