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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Library/DeskMate

롱플레잉 라지 : 업사이클링 노트 지름 보고

저에게 있어 다이소와 대형 서점은 에버랜드이자 롯데월드이며 유니버셜 스튜디오 같은 존재이지요.

거기에 문구류가 같이 있다? 기절.... 들숨 날숨으로다가 주접스럽게 난리 칠 수 있는 종자입니다...

 

그렇게 요즘 트랜드는 어떤가, 어떤 책들이 진열되어 있나, 표지 디자인도 구경할 겸 서점에 갔다가,

결국 원하는 분야의 책이 시장성의 문제인지, 없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비싸다 생각해서 못사고 몇달 째 장바구니에 넣어만 두고 침만 흘리던 익일 배송 도서를

확 다 그냥 할부로 질렀다는 말이지요.

 

(이미 충동구매이긴 하지만 소거법부터 총동원해서 고심 끝에 지른 세권의 새 책과 아이패드,

프로젝트 다이어리와  PDS 두 권에, 가방은 꽉차고 몸이 괴로운 상태였거든요.)

 

그 후에  흐느적대면서 다이소나 갈까아~, 아니면 더 돈을 쓰기 전에 집으로 피신을 하는 게 좋을까아~ 하면서 지나가던 

문구 코너를 홀린 듯이 돌던 중에 익히 보아 알고 있던 레코드판을 재활용해서 만든 표지의 노트들이 진열된 곳에 도달하였습니다! 

 

아, 이거 비싸던데, 만듦세는 어떤가? 싶어서 집적대고 있었는데, 표지로 쓰인 LP판이 다 제각각 다르더라구요.

오홍? 뭐 뭐 있을까 호기심이 생겨서 뒤적거리다가 결국 하나를 집어 들고 내장이 꼬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짧고 굵은 사색(?)에 잠겼습니다.

이미 10만원을 책에 들이붓고 돌아서서 나오는 길에 16,800원을 더 쓴다면, 내가 '파산'할 것인가? 

...

....

.......

아니다. 결론은 '아니다' 입니다.

이미 빚은 산더미고 애저녁에 신용카드를 없애지 못한 내 인생은 조져져 있었다, 그냥 사자!

 

15년 같은 15초를 고민 후 계산대로 뛰어 갔다가 나오는 아주 기나긴 귀가 길이었다는 것이지요.

(사실 옆에서 직원분이 물건을 들추고 있던 내가 혹시 뭘 물어볼지 몰라서 대기 중인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도... 사, 살거에요. 산다고요! ㅋㅋ ) 

 

무려 차이콥스키라구요! 나ㅡ난 못참세!

 

진짜 LP판을 만져보기는 처음이라, 두꺼운 플라스틱 질감에 놀라고, 진짜 딴딴한 경도에 두번 놀라면서

반갑게 나의 인생을 조지러 온 빚덩어리를 오픈!

 

반을 정확하게 감싸고 있는 중인 포장 커버가 굉장히 팽팽하게, 거의 들러붙어 있다 시피하게 조여 있어서 

찢지 않고 벗겨내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이 패키지를 포장용 박스가 아니라 띠지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면되니, 제가 만들면 됩니다. 네. ㅎㅎ

 

진짜 축음기에 올리면 재생이 되는 LP판이라 보면 볼 수록 신기합니다.

노트 자체는 신선할 것 없이 책등이 노출된 양장본이고, 표지는 하드 커버입니다.

오래 쓰면 눌리거나 찌그러지기 쉬운 소재라 별도의 커버링이 필수일듯하네요.

띠지로 개조하려면 어떻게 해아하는 고심하는 구도인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비스듬하고 비슷한 구도일 뿐.. (이마 탁) 

 

제대로 개봉한 모습은 이렇습니다. LP판의 저 광택이 참 영롱해요.

축음기를 써서 음악을 듣지 않아도 장식으로 활용될만 합니다.

다만 홈은 역시 외부 자극에 정직하게 흔적이 남아버려서

가방에 막 넣어서 다니는 다용도 노트로 쓰기에는 마음이 아파옵니다.

뒷 표지의 소재 자체도 구겨지면 복구가 힘든 '종이'기도 하고요...

 

유무선이 무슨 소리인가..했더니 펼쳐보니까 희미하게 프린트 된 반 룰드의 내부입니다.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흐리지만 글씨를 쓰려고 집중하면 잘 보이기 때문에 시필할 때 좋을 것 같아요. :)

LP판 컨셉에 맞게 디스크 무늬로 프린트된 내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악 매니아라면 플레이 리스트나 감상평을 적어도 좋을 것 같고, 덕질하는 클래식을 주제로 글을 써도 좋을 듯합니다.

 

저는 이미 용도 별로 쓰고 있는 다이어리들이 세 권이나 되고,

질리고 귀찮아도 다른 노트로 갈아 타서 지금 쓰는 다이어리들을 쓰다 마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새 노트의 용도를 정하지는 못했어요.

 

아마 내년에나 레코드판 노트의 목적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가 재미난 주제로 이 한권을 꽉 채워서 쓸 수 있게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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