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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Library/Posting

난 ㅅㅂ 바리스타 5 : 결국 때려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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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직서 쓰고 시작해보실까나

 
 
모두가 동등하게 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
서로를 존중한다 뭐 어쩌고 저쩌고
실상은 모르겠고, 미국식 수평 직무 문화를 전파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이미 나온 마당에 그딴 거 알게 뭡니까, 전 '직원'이라고 표기하겠습니다.
 
 
파트 별로 나눠져 있다 해도 일련의 생산 동작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각 파트의 업무를 서로 파악하고, 각자 일을 하되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애초에 기획한 시스템의 의도는 유기적으로 상호 돕는 순환 관계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으나,
( 흔히 말하는 파트너쉽이라는 그것)
그건  늘 뜬 구름 같은 이상향일 뿐이고
기획을 구상하는 자와 실무로 구르는 실행하는 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의도는 와해될 수 밖에 없고
피보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피를 보는 자는 무조건 신참이야.

 

 
 
업무 효율을 위한 교육ㅡ 이 아니라
자기 편하게 일하려고 하기 싫은 것들을 부려먹는 것에서부터
이 파트너쉽이라는 것이 삐그덕대기 시작하는데

 

심지어 발품 팔고 힘써야 하고 귀찮은 것들을 '골라서' 시킵니다. 
 
왜냐면 2주차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성향 파악이 끝났다 싶을 순간부터
고연차 직원이 하는 같은 행동에는 지적 안 하고 넘어가면서
신참에게는 온갖 트집을 잡기 시작했거든.
 
 
수많은 예시 중에 가장 노골적인 사건을 하나 짚자면
 
방금 식기 세척기를 돌리고 나온 렉(집기와 식기들을 1차로 설거지 후 모아서 걸어서 모아둘 수 있는 구멍 뚫린 바스켓)
을 백그라운드 바에 올렸더니 식기에서 물이 바의 테이블로 떨어지니까 올리지 말랍디다.
 
백룸에서부터 식기들만 빼서 들고 나와 제자리에 두라고요.
이~상하다? 메뉴얼 교육과 다른 직원들이 교육해줄 때는 분명 렉을 통째로 들고 나와서
바 테이블에 올려놓고 식기들을 옮기던데?
 
그리고 1시간 뒤, 커피 마스터 급 다른 직원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데, 넘어갑니다.
 
음? 왜 저 사람한테는 뭐라고 안해?  왜 내 눈을 피하지?( ◎ _ ◎ )
설마 너보다 고연차라서?
 

 

내가 CS 업무를 볼때와 마찬가지로 계산대(포스)에는 계속해서 손님들이 주문 공격을 해대고,
먹뱉하듯이 손님들이 어질러서 쌓인 식기들은 계속해서 씻어서 나오는 중인데?
 
 

 

메뉴얼과 대부분 각자의 스타일을 묵인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라는 것이 있는데
마주치는 놈들마다 각자가 자기 입맛대로 신입을 부려먹으려 드니
가뜩이나 시스템오류가 잦은 신입은 바이러스 먹은 PC마냥 오작동이 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또다시 지적질과 태클에 정신적으로 지치게 되고...의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저기.. 앞으로는 너희끼리 싸워서 이긴 놈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업무지시 사항과 상세 내용을 합일부터 해줄래?

 

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을 밀고 쳐올라오기 시작하는 와중에..
 

 

물론 연차 그딴 거 걷어차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업무 방식에 태클을 거는 사람도 없진 않습니다.
차라리 '모두까기 인형'인 직원은 모두에게 평등한 매뉴얼 우선주의인 데다, 
선긋기가 확실해서 자기 일은 열심히 하고
남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신념의 소유자라서
무슨 지적을 하던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요.

 
 
 
우리는 해도 되지만 넌 안되고
우리는 안 해도 되지만 넌 해야 돼
 

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덕분에 메뉴얼대로 하다가도 지적을 당하거나, 태클을 당해서 멈칫하게 되는 것이 부지기수고
나중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게 만듭니다.
 
어? 이거 뭔가 되게 익숙한데....
그 유명한 가스라이팅 아니야?
 ???? 얘네 뭐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끊임 없는 러쉬와
돈내고 어지르는 합법적인 업무 방해와
쉴 세 없이 묻고 대답하는 것도 피곤하고 힘들지만
손님이나 일 자체보다 다른 선임들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것인데,
수평적, 서로를 존중?
 
고백하자면 텃세 부린다는 후기들을 보고나서도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역시나 똥 된장 분간할 때 무조건 손가락부터 찌르고 보는 무식한 자의 말로라고,


겪고 나서야, '아 이거구나.' 했지요.  ^_^
난 또 뭔가 했네요.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텃세라 느꼈는지는 안 써주셨더라고요.
물론 제가 써놓은 것도 그분들이 느낀 것의 극히 일부분이겠지요..
하고 싶지만 못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백번 이해합니다. 어휴...

 

 

 
덕분에 단기간에 손목 많이 나빠졌습니다.

 

현재 깁스를 해야하고요.
이 건은 산재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는
매장 구조의 문제 + 업무 몰아버리기 합작의 결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장마다 융통성의 범위 혹은 기물의 유용 방식이 모두 다른데,
 

아예 2층에 별도의 출구가 있음에도
컨디먼트바(쓰레기통과 티슈, 파우더와 시럽 등이 위치하는 서비스 바-로 부르는 물체)를
과감하게 아예 있었다 해도 없애거나, 처음부터 두지 않아서
손님이 반드시 자신이 먹은 모든 것을 들고 1층으로 내려오게 만들거나,


쌓이면 무거운 데다가
수시로 드나들면서 신나게 어지르는 손님들이 계속해서 쌓는 식기들을
직접 들고 나르지 않아도 되도록 '트롤리'(식기를 싣는 용도의 수레)를 운용하기도 하고,


아예 컨디먼트바를 개조해서 브로몰드 바트(갈색의 플라스틱 사각통)를 놓아서
손님부터 식기와 쓰레기를 아예 분류해서 두고 가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바리에이션이 있다고?
네. 

 
근데 내가 있는 곳은 그걸 안 해.
인간이 가장 싸고 흔한 자원이거든.
 
 

매장 구조의 문제도 분명하지만 

근무지 뽑기 운이 안 좋으면 

2층을 오르내리면서 20분마다 10킬로그램 분량의 바트로 식기를 나르거나
고연차들이 뺑끼치느라 CS파트를 돌 때 진즉 비웠어야 할 오수통을

신참이 죽기 살기로 들고 내려오고 비워서 다시 가져다 놓는
짓을 해야 하는 겁니다.

아, 그리고 또

마감 타임 동안에는 1시간 안에 1, 2층의 모든 바닥을 쓸고 닦는데,
총 80평에 달하는 공간 안의 모든 의자와 테이블과 집기들을 다 옮겨야 한다는 점도
손목 박살의 원인에 지대한 원인을 제공했겠습니다.
 
아 무릎이 아픈 것은 덤입니다. 저 쪽 자리 ㅅㅂ새끼가 보내셨습니다. ^_^

 

테이블이 60개, 의자는 그에 최소 두 배수이니까.... 
 
대략 한 20년 전 학창 시절,
주번을 몰이당한 왕따 학생이 한 반에 40명씩 들어가는 교실의 책걸상을
오롯이 혼자서 앞으로 밀었다 뒤로 밀었다 해가며 빗자루질과 대걸레질을 해대던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리고 그 짓 두 달이면 저처럼 손목에 깁스를 차게 될 겁니다. ^_^
 
 
 


근무 이력을 위해서도, 트레이닝 기간을 채워놓고 나서
때려치우건 뭘하건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이미 머리로도 알고 이성으로도 알지만
 
출근 준비 중에 위경련을 두번 연달아 경험하면 
'아 이건 하면 안되는 짓거리구나.'-하게 됩니다.
 

 

아 참!  퇴사 과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내 대타(라고 쓰고제물이라고 읽는)가 될 신입이 없는데, 인원수도 모자라는 상태라면

 

11, 21, 말일로 퇴사 신청일이 나뉘는 스케쥴 시스템 탓에 
자유의 날이 그 다음달까지도 늘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내가 배 째라 무단 결근해 버리면 될 문제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회생활 짬 바와 양심이 있지 
일부의 인간들 때문에 모두를 싸잡아서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서
근무일을 채우긴 채웠습니다. 휴~
 

 

 
무사히 안착해서 즐겁게(?)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다행이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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