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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Library/Posting

버스에서 그림 그리기 : 트래블러스 노트

 

※ 드로잉저널이 주제였지만 사족이 매우 길고 거친 표현이 있습니다. 유기견에 대한 불쾌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참조 부탁드립니다.

 

 

필사! 퇴근 길에 그림 그리기

 

퇴근 길에만 3일에 걸쳐서 스케치에 채색까지 (그러나 양심 상 세세한 채색은 리터칭)

조그만 패스포트 사이즈라 가능한 대중 교통 이용하며 그림 그리기 입니다 :D

 

소음에 매우 취약한 편이라서 귀에는 오디오 북을 켜놓고

손으로는 그림을 그리되, 그 와중에 차 멀미도 하기 때문에 

눈높이를 조절해가면서 그리면 끝!

 

슉슉 그리고 먼산 응시하고 슉슉 그리고 먼산 응시-를 무한반복하면 됩니다. 

어떻게든 멀미를 피하겠다는 필사의 몸부림...

 

트래블러스노트는 디자인 상

좁고 길어서 들고 다니기에, 그리고 아무데서나 무릎에 펼쳐 놓고 뭔가를 하기 좋다는 것을 스스로 체험하고 나서

어디다 말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해 본 도전이었다고도..할 수 있지요.

 

꼭 카더라가 아니라 직접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니 쓸 떼 없는 도전 의식도 병이라면 병입니다..

그림의 모델은 한 동안 하우스 키퍼 + 펫 케어 알바를 하며 함께 지냈던 강아지들을 의인화 하기에요 :)

 

A 집의 구조견 출신이며 아주 나이가 많지만 처음에는 제법 청순한 이미지였던 필드 스파니엘 오스카.

하지만 나이만큼이나 꽤나 어르신의 성미라서 뭔가..

개인데도 연양갱 먹으면서 '산다는 게 말이다..' 같은 소리를 할 것 같은 파파 할아버지였다는...

 

스파니엘은 털도 긴 편인데 귀까지 길게 덮이는 편이라 왠지 길고 구불거리는 헤어스타일을 한

아가씨 느김이 나서 의도인 듯 의도 아니게 성별을 바꿔 그렸지요. 

 

 

B 집의 엄청나게 새침하고 도도하면서 자기만 예뻐해달라는 요구성 분리불안이 있는

아메리칸 코커스파니엘인 티리엘.

 

늘 머리에 이쁜 핀을 꽂고 다니거나, 풍성한 앞머리(댕댕이인데도 앞머리가 있습니다!) 를 휘날리며 예쁨을 뽐내곤 했지요.

역시 구조견 출신인데,

같은 스파니엘 계열이라서인지 티리엘은 이라이자 머리를 한 공주 타입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자녀가 없는 집에서 외동 딸 같은 아들이었던 탓에 자기만 이뻐해달라는 티리엘이 매우 못 마땅해진, 사람 누나가 두 명 있는 막내 아들 파파 오스카.

 

기간제 댕댕이 집사는 두 명인데, 집도 둘이고,  한 집에 다 같이 있기도 하고, 각자 나눠서도 지내보는 동안에 

오스카는 티리엘과 굉장히 친하고 잘 알고 지낸 사이였고, 본래 흥분하는 법이 없고 느긋하고 푸근한 성격이지만

엄마 아빠도 없는데, 옆에서 티리엘이 먼저 집사 무릎 위에 올라가 앉아서는 으르렁 대거나,

쓰다듬는 중인 손을 앞발이나 주둥이로 뺏어가는 등..

자꾸 열밉게 구니 힘들어 하기에 곧바로 아예 둘을 분리해서 따로 산책하고, 먹이고 재웠습니다. 

 

그렇게 조금 기분이 나아진 오스카를 새로 이미지를 그려보았어요.

 

그래도 멀미가 난다! 환승하는 동안에 잠시 중간 샷을 찍어주고!

버스가 흔들리건 말건 볼펜으로 쓱쓱 밑그림을 그리면 되어서 정말 간편합니다.

 

부득이하게 나 혼자서 다 큰 사내 녀석 두 마리를 같이 데리고 있어야할 때를 빼고,

티리엘이 산책 나간 사이에 오리 목뼈나, 열빙어 등을 주면 제법 행복한 표정이 되는 오스카로 리메이크 :)

 

구충제만 쏙쏙 귀신 같이 뱉어내고 밥만 폭풍 흡입하던 식탐이 이럴 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했지요.

 

목욕하고 나서 빗질해줬을 때의 이미지로 그리니까 완전히 나이와 성별을 비껴나간 망상 초상화가 되어버렸네...

 

개성이 강하지만 둘 다 세상 귀엽고 사랑스러운 털뭉치 댕댕이들이었습니다.

두 달의 긴 호텔링을 마치고 현재는 가족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두 가정의 두 개가 모두 유기견이었고, 나이가 많아서 버려졌는지, 아파서 버려졌는지, 다른 이유가 뭐였던지 간에

오랜 시간 떠돌며 고생한 탓에 심장 사상충 등 각종 위험한 병에 걸려 있었고,

떠돌이라고 학대한 사람들, 탈수, 배고픔에 지쳤을 때

머리 검은 한국인이 아니라 다른 머리색과 다른 눈 색을 가진 외국인이 손을 내밀었고, 경계심 없이 따라와준 덕에 구조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요.

 

가정 호텔링을 부탁 받은 두 집 모두 현장에서 직접 구조하고 입양한 케이스라 참...

씁쓸하면서도 늦게라도 진짜 가족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물을 돌보기가 귀찮았건 돈이 없었건, 무슨 이유가 되었건

국적 불문 나이 성별 불문하고 죽는 그 날까지 못 키우고 내다 버린 x들은 나대지 말고 찌그러져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ㅆXX들이 대대손손 유병+무전장수했으면 좋겠고요.

 

 


 

여튼, 그리고나서 전 2년 후에 구조된 셔틀랜드 쉽독을 입양한 것입니다!

 

정작 우리 집 댕댕이는 대충 그려 미안하다...!

올해 9살이 되는 아줌마 댕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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