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바꿨던 도어락 비번을 복구하기
(그러나 정작 계약 기간 중에 급하게 방을 빼느라
비번 복구를 안해놓고 나온 인간, 그게 바로 저에요..
집주인에게 사정 설명 후 비밀번호를 전달 드리고 사건 해결!)
세입자도 모르게 방 안에 설치되어 있던 웹캠을 발견했다는 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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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아들이 여자 혼자 사는 자취방 도어락을 마스터로 열고 들어온걸 보고
너무 놀라서 굳었다가 도망간 아들을 쫓아 주인집으로 올라갔더니
그 짧은 시간에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주인집 아들과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다가 안통하자 '호기심에 열어봤나보다 미안하다'며
호들갑 떠는 주인 아줌마를 보고 너무 화가 나고 공포스러웠다는 경험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속옷은 의외로 부피가 굉장히 크다
태블릿과 랩탑은 더럽게 무겁다
가볍고, 바퀴도 제법 쓸만한데다
지퍼로 가방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이민가방은
매우 워너비 아이템임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요즘은 저렴하고 다양한 크기의 이민가방이 많으니
저처럼 IMF 혹은 세기말 시대의 그, 사람 시체 한 둘 정도 들어갈 것 같은
바퀴 달린 검은 천 가방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계시다면 신세계를 경험하실 겁니다.
부피도 크고 골머리 썩혔던 옷가지는 모두 이 이민가방에,
랩탑, 태블릿 등 충격에 취약한 기계들은 전용 백팩에,
식재료, 주방용품 등은 푹신한 비닐백뭉텅이, 주방타올 등에 싸서 대용량 타포린 백에 때려넣습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들이라고 해서 옷 등에 싸서 여기저기 조금씩 넣어서 뒤섞이게 하는 것보다
아예 물건들을 사용하던 구역별로 아이템들을 몰아서 넣는편이 빠른 짐싸기와
파손을 조심해야하는 물품들을 관리하며 이동하기에 용이합니다.
짐을 싸야하는 입장이라면 어쨌든 책은 사치품
강제로 e북 생활을 해야했던 것이
차라리 이동성에서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책이라는 물성 자체가 부피와 무게를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 짐이기에,
정말 금과옥조로 삼는 책 한 두권이라면 모를까
지내는 기간 대비 사서 모아놓는 책이 많다?
막대한 비용과 ㅅㅂ비용이 아닌 ㅅㅂ노동을 감내하셔야합니다.
뭐가 됐든 책을 이고 다니긴 하지만
인생이 됐든 학업이 됐든 전문성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특히 어려운) 공부는 안하는 주제에
쓸 떼 없는 것만 머리에 넣기를 좋아하는
'평생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 부류에 속하는 지라
읽었건 안읽었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쌓여있는 책이 주는 지적 허영심을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종이 책을 사겠다고 설쳤던게 아닌가 하는
과거 회고까지 하게 되는 이런 출성길..
읽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도 않는 데이터 쪼가리로 끝나버리는 e북이 주는
'허영심으로는 지식을 채울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며
종이를 단 한장도 들고 나오지 않은 나, 대견해... ㅎㅎㅎㅎ
물건이 적으면 청소하기도 쉬워
계약하는 단계에서 주인이 내건 조건이
금연, 쓰레기 배출, 이 공간을 내 것처럼
깨끗하게 아껴준다면 일절 터치하지 않겠다.
였습니다.
돈을 냈건 안냈건 간에
빌려 쓰는 남의 것을 함부로 더럽게 사용하면 죽는 병에 걸린
소심한 양심주의자로서
사실... 내 것처럼 쓴다는 조건이면 오히려 막 쓸 텐데 (ㅎㅎㅎ)
남의 소유물에 대한 예의가 없는
얼마나 상식 밖의 저열한 손놈(?)들이 많았으면
A4용지 한 면의 반도 안 될 계약서 내에 세번을 강조를 하였나
싶어서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주인님이 짠해지는 순간....
자취 넷째날, 원룸 옆 방의 여자가 친구들을 불렀는지
두명 이상의 여자들이 고성방가에 떠나가라 시끄럽게 웃어대기에
새벽 2시에 진짜 고민고민하다가 혀 깨무는 심정으로
주인님께 문자로 SOS를 요청했더니
'확인하겠습니다' 즉시 칼 답문에
5분도 안되서 바로 조용해지는 매직..
그 후로도 생각날 때마다 혹시 또 불편한 건 없는지
재차 확인주셨습니다.
세심하고 상식적인 주인님 만세!!
기름때가 낄까봐도 이유이지만
기름 튀고 냄새나는 걸 원래 싫어해서 요리하다 인덕션 근처에
흘리면 그때 그때 닦고 환기도 하고
에어컨과 보일러는 필요할 때만 켜고
(뜨거운 물이 보일러 켜자마자 1분만에 나와서 굿!)
냄새나는 쓰레기는 소량이어도 외출할 때마다 분리배출 하고
욕실은 환풍기도 수시로 돌리고 샤워 후엔 차가운 물로 타일들 한번 헹궈내주고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 걷어내면서 돌돌이로 방 한번 슥 닦아주고
벽이 젖거나 오염물이 묻지 않게 조금만 신경쓰고
세탁기와 전자레인지는 사용 후엔 물기가 마르도록 문을 잠시만 열어주고
계약기간 내내 조금씩만 '잠시 빌리는 남의 방'이라는 것을 잊지만 않으니
입주 청소나 위약금, 보증금 까임 없이
깔끔하게 계약 종료 완성!
나 하나 내가 보전하기
뭔가 자취 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던 힐링 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청소, 빨레, 요리, 장보기 등
내가 나의 1인분을 온전히 해내는 시간이 쌓여서
죽고 싶고, 짜증나고, 답답한 일이 있었다 해도
오늘을 착실하게 살고 그 힘으로
내일도 분발하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발 혼자 생활하는 자취를 하더라도
밖에서 바람을 쐬고 햇빛을 보고 걷기도 해야합니다.
혼자 굴 파는 시간을 보내는 건 독이 될 수 있고요.
나를 찾는 여행?
그거 멀리 있지 않습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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