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에 붙은 기호
연필을 살 때 보이는 HB, 2B, 4B.. 등의 기호가 궁금하셨다면
H는 딱딱한 하드의 H이고 F는 Firm의 약자이며 B 는 어두운 정도를 의미합니다.
B의 숫자가 높을 수록 더욱 진한 흑연의 검은 색을 낼 수 있고, H가 높을 수록 단단하고 심이 잘 닳지 않아 연하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주로 필기 용에는 H가 들어간 연필, 미술이나 목공 등에는 B가 들어간 연필들을 사용합니다.
혹은 취향에 따라 고를 수도 있고요.
연필에도 명품이 있다
만년필과 종이에도 명품이 있듯이 연필에도 명품이 있습니다.
그런 제품들은 실제 품질을 떠나 가격에서부터 명품이지요. (?)
그 명품 중에서도 명품인 이 연필은 특징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보면 잊혀지기 쉽지 않은 특징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팔로미노의 블랙윙..
한번 보고 나면 지우개가 달린 금속 팁이 달린 검은 색 연필- 하면 다른 연필보다도 블랙윙이 먼저 떠오르게 될겁니다.
가격을 보고 나면 더더욱 얘 밖에 생각나지 않을거에요.
품질만큼, 폭력적인 가격의 블랙윙을 한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필사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연필이 차라리 낫겠다,
캘리그래피 선생님들이 소개하는 펜을 또 사러 나가느니 손을 갈아 끼우는게 빠르지!
집에다 모시고 사는 연필이 낫겠다, 하고 고개를 돌렸더니 눈이 마주친 게 이 녀석입니다.
아 맞다, 저거 되게 비싼 걸 한 더즌이나 사놓고 샤프만 쓰느라 장식만해두고 있었네... 하고..
요즘은 다스라는 단위를 안 쓴다고하지요? 한 '타' 단위를 써본 적이 없어서..
더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큼..
오랜만에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알게 모르게 잡히는 대로 썼던 블랙윙은 지우개가 많이 달아 있더군요.
저 교체용 지우개의 가격까지 알았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썼을 텐데...
디자인만큼이나 독특한 점은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 조차 겁나게 비싼 코딱지 사이즈의 물건이다.라는 점입니다.
지우개 팁이 개당 몇천원이고, 이 특징적인 디자인을 살리려고 몽당 연필 연장용 깍지까지 팔고 있는 지경이에요.
전용 샤프너까지 있다는 점은....
비싼만큼 오래오래 꼬다리가 될 때까지 쓰자는 절약 정신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크한 디자인만큼이나 블랙 윙이 유명한 점은 필기감이 부드럽다는 점입니다.
에보니 톰보우 등과 다른 점은 확연하게 흑연이 좀 더 무르고, 그래서 종이와 닿을 때 표면에 잘 붙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저렴한 스케치 노트에 머리카락은 4B 톰보우로,옷은 블랙윙으로 채운 그림입니다.
색의 발색도 차이가 보이지요. 블랙윙이 확연하게 4B보다 더 진한 타입입니다.
필압을 달리해서 그린 거 아니냐는 의문에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 그리다가 가뜩이나 얊은 싸구려 스케치 종이가 눌려서 자국이 날 지경이었거든요.(웃음)
그에 비해 4B로 선을 그을 때처럼 눌러서 그린다기 보다는 문지른다는 느낌으로 칠한 쪽이 더 진한 색감이 납니다.
아 이래서 비싸구나-한 부분이고요..
월트 디즈니 사 애니메이터들이 블랙윙을 애용했다며 홍보하곤 하는데, 그럴만 하다! 하고 인정했기에
비싸도 비싼 값을 해, 그럴 만해... 하고 찌그러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ㅎㅎ
필기에 사용한다면, 샤프나 HB연필에 비해 진한 발색에 힘주지 않고 잘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예쁘다-의 장점을 취할 수 있겠습니다.
대신에 잘 무뎌지기 때문에 샤프닝을 자주 해줘야 하고,
매번 갈아낼 때마다 나의 통장도 갈리는 기분이 든다.. 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보급형에 품질 좋은 연필들도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블랙 윙 특유의 감성이라는 점에 「가심비」가 높다보니 많은 매니아 유저가 있는 점은 자명하고요..
유명인들이 애용했다는 점에서는 몰스킨만큼의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티븐 킹, 존 레논 등이 사랑한 연필이라는 만큼
한 더즌을 몇만원에 사 놓고 거의 흥청망청 쓰며 브루주아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뒤늦게라도 정진하는 마음으로 필사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블랙 베이스에 골드가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 연필 외에도
나의 책상에 특별함을 채워주는 고급 문구류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에 소개할 책도 한번 들여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얼마나 마이너한 책이면 글감 검색에서도 뜨질 않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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