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스럽게 사람이 오가지 않는 안정적인 장소이며,
호흡기 등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은 사무실이다.
사무실에서 하는 일.
그렇다면 컴퓨터를 쓰는 일을 해야겠구나-라는 아주 단순한 발상으로 구직한 두번째 직장은 "웹 에이전시" 였습니다.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달려가며 작업했던 것이 '홈페이지 만들기'였기 때문에
내가 해온 학업 방치의 결과물이 직업으로 연결 될 지를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었고요.
어떤 조건이었나?
극소수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에이전시였습니다.
외주를 받아오는 영업 담당이 한 명, 이미지 크리에이터가 한 명, 최적화를 담당하는 개발자가 한 명, 경리가 한 명인 식이었지요.
스타트업 기업이었고, 매우 말끔한 임대 사무실을 사용하는 "동아리 같은" 분위기의 회사였습니다.
식대가 지급되고, 9 to 6의 주 5일, 거의 매일 아침 팀 회의가 있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처음엔 왜 괜찮아 보였나?
작긴 하지만 말끔한 사무실인 환경, 내가 좋아하는 웹디자인, 코딩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한 주 5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과 직장이 가깝다" 는 조건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버스로 20분, 택시로 10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었지요.
그렇게 고층 빌딩이 가득한 대도심 한복판에서 나 혼자 집보기가 아닌 사무실 보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실제로는 뭐가 달랐나?
스타트업인 만큼 기동성이 좋고, 결재 구조가 빨랐으며, 수평적인 분위기, 말그대로 경량화된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인원구조였지만.....
가벼운 만큼 안정성이 떨어지고 한 명이 빠지는 순간 구조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구성원 중 한 명이 지인으로써 투잡으로 투입된 상태였고, 걸핏하면 출근을 하지 않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나 둘 안나타나더니 나중에는 영업 담당도 나가서는 어딜 가는지, 오다가 차에 치였는지, 밥은 먹는지, 함흥차사입니다.
따박따박 출근과 퇴근을 보고 하고, 그날 업무 결과물을 회신하고, 업무일지를 작성해서 제출하면서도
일이 없으니 모니터 모양의 벽만 보다가 퇴근하는 날이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이 되고
지급이 약속 되었던 식대가 안나오기 시작하더니, 월급도 늦게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라?
내가 손절한 지점?
사무실에 혼자 '방치 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조직의 침몰 조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방치'는 좌초의 신호이고, 식대건 교통비건 급여이건 일정히 움직여야할 '돈이 끊겼다'는 것은 침몰의 신호입니다.
하루 이틀은 '그럴 수도 있지'이지만 일주일 쯤 되면 알아서 눈치를 채야 합니다.
손절 시점을 내가 먼저 잡고 움직이지 않으면, 침몰하는 배에 그대로 앉아 있던 본인의 잘못이 됩니다.
회사는 취미가 자기계발 동아리가 아니고, 이익 활동을 하는 집단이며 사회적인 룰과 노동법이 적용되는 조직입니다.
리더가 정신차리고 운영하지 않으면 알아서 굴러갈 리가 없지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작업한 내용으로 이직을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내 물리적인 '자리 정리'를 하면서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는 배를 쳐다보고 있자니 분노와 허탈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시기에 파리에서 공수해왔던 아이패드에다가 작업물을 옮기며
내 잘못이 아닌데 내가 출근할 내 자리를 내 손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출근한 사장은 "미안한데 이야기 좀 하자"고 합니다.
함교까지 물이 차니까 이제야 대피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지요.
아닙니다. 대피 경보가 아니라 사실 상 "난 이미 내렸으니 넌 네가 알아서 탈출해라"라고 통보한 것입니다.
영업 인원을 더 늘려야할 것 같고, 디자인 담당자가 필요 없어지게 되었다나?
늘 버스로 출퇴근을 했는데 그 날은 마지막 남아 있던 짐을 박스에 넣어 들고, 택시에서 울면서 조퇴를 했습니다.
지금의 나였어도 신입을 뽑아놓고 방치하더니 몇달 만에 운영이 어려워져서 넌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제정신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때 배운 교훈은 '침몰 전에는 신호가 있고 그 배에서 탈출할 시점을 정하는 것은 나의 능력이다' 였습니다.
이제 두번째 이직인 상황이었던지라 이 단계에는 '운영자의 정신머리의 중요성'을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고,
내가 쓸 모가 없었던 것이다-라는 생각에 '주인의 변덕으로 유기된 동물의 기분'인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거면 데려오지나 말것이지.
하지만 아직도 두번 밖에 사회의 쓴맛을 경험하지 못했군요. 갈 길이 너무나도 멉니다.
다음 편으로는 운영자의 정신머리와 불법의 유혹의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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