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애가
오래된 구옥 빌라에 살고 있는지라, 좁은 욕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욕조를 없애고 샤워부스만 있는 집에 살다보니,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다-를 집에서 해보지 못한 시간을 보낸지가 어언 인생의 절반을 넘겨버렸습니다.
어떻게든 뜨뜻한 물에 들어가보겠다고 플라스틱 저가형 반신욕 욕조도 구입해봤었지만,
결국 몇번 써보지도 못한 채로 곰팡이 피고 관리하기도 귀찮아서, 정리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크기를 떠나, 물을 담아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욕조가 있는 집, 매우 부럽지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물론 아껴써야하지만) 내가 청소 안해도 되고 물 쓰는 것도 걱정 없는
목욕탕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목욕탕 회고
목욕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가지가 있습니다.
습기와 섞인 비누 냄새나 탕에서 울리는 바가지 소리 같은 거요.
온탕에 들어가 있을 때 어깨로 떨어지는 차자운 천장 물방울 같은 것도 좋아합니다.
미취학 아동 시절에는 비틀즈를 물기 묻고 쪼글쪼글해진 손가락으로 하나 씩 집어 꺼내서 먹던 기억이
축축하지만 새콤달콤하고, 포근하면서 따뜻한 감촉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주로 어른(그리고 주로 엄마) 손에 잡혀서 거친 떼수건으로 사포질 당하던 고통이 뒤에 따라오지만요...
어린이의 피부에 떼수건은 매우 아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건지... (절레절레)
모델하우스를 발견하고 들어 갔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방은 어디냐?는 심리 테스트에서도
욕실은 몸을 닦는 장소면서 심리학적으론 재생과 부활에 대한 바람을 상징하는 곳이다라고 써 있더라구요.
돌아오지 않는 옛날에 대한 기억이 다시 재생하고 부활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봅니다.
혹은 진짜 2차 전직을 하고 싶었던 것이 던지...
목욕 짐 에피소드를 보고나면 나의 목욕 짐 상태를 점검하게 되고,
특히나 만화를 보다가 찜질방 아이스 커피와 아이스 매실차가 엄청 당기기 때문에, 결국 못참고 주말에 찜질방을 달려갔던 1인...
수술 후 회복 중이라 대중탕 금지령이 내렸는데,
다시 한번 목욕탕 가고파 병이 도질 것 같아 위험합니다.
매실차랑 군고구마 먹고 싶다....뜨끈하게 등 지지고 싶다.........
여탕 만화라 알몸의 여성들이 많이 나오는데 전혀 야하지 않다는 것이 신기한 점...
목욕탕에서 겪을 수 있는 A-Z까지를 모두 다룬 만화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LOL
목욕탕 가서 이 만화책 보고 있으면 더 재밌다고요.
여탕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마쳤다면, 남탕도 가봐야겠으니,
서울의 목욕탕은 우연히 인터넷 서핑 중에 발견한 책을 산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한도전에서도 다뤘던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동네 목욕탕을 담은 사진집입니다.
사진 작가분이 남자라서 남탕 사진 밖에 없지만 (ㅎㅎㅎ....)
평일 한낮에 여유로운 작은 목욕탕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칠이 조금씩 벗겨진 락커 손잡이, 수증기 가득한 탕과 가지런히 쌓인 의자와 바가지,
이발소의 인조가죽 의자의 빛바랜 광택과 파삭한 감촉이 느껴지는 수건,
향기롭고 끈적한 비누들이 한데 섞인 목욕탕 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말 한마디 없이 물에 몸을 담그고 천장을 보며 한가롭게 물소리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고요.
실시간으로 폐업하고 문을 닫는 목욕탕들과 곧 없어질 목욕탕들의 목록도 있습니다.
큰 찜질방이나 워터파크와는 다른 한가로운 동네를 떠올리고 싶을 때 슬쩍 들춰보는 책입니다. :)
개인적으로는 좀.. 변태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걱정을 담아 고백하자면..
목욕탕의 열쇠고리 모양이 뭔가 상당히 취향입니다.
원형의 여성용 힙플라스크를 봤을 때의 동글 납작한 모양이 이상하게 끌렸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거든요.
목욕탕 락커 키 모양의 키링도 목욕 용품 가방에 달아 놓았다는 1인
사진에서 보이는 다양한 모양의 락커 키를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주로.. 곧 사라질 추억들에 스러져가는 기억을 갖고 없어지는 것에 미련을 갖지 말자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었지만
어딘가 마음 속에 나만의 동네 목욕탕 하나 쯤은 갖게하는 사진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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