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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未募思

고시원 아포칼립스 : 유령들의 방

고시원 생활백서

  • 옆방을 위해 조용히
  • 아무리 좁아도 실외 창문은 필수
  • 자취 이사 짐싸기 스킬

 

 

 

체온이 있는 유령들

 

고시원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작품이 있지 않습니까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전 원작인 웹툰보다 드라마로 먼저 접한 케이스인데,
이동욱이 연기한 서문조 너무 좋다-가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담으로 혹은 괴담으로도 접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이상,
 
공용 주방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는 것은 
남녀 구분 없이 숙박하고 있는 이 고시원의 환경에서는 
대단히 긴장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요?
 
혼자 지낸다면 저탄고지 생활을 해야지-라며 요리를 하고,
세탁기를 매일 돌리는 저로서는 
세탁실 겸 주방인 공용 다용도실에 자주 들락거리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간간히 마주치는 사람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데우러 나온 중년의 아저씨와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러 나온 아주머니부터
식사를 떼우러 급히 외출하는 앳된 남녀 학생들,
그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출퇴근을 하는 저를 포함하는
꽤나 다양한 사람들이 기거하고 있었더랬습니다.
 
물론 누구 하나 서로 아는 체를 하거나 말을 거는 일은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시선까지도 비껴서 서로 어색하게 지나치기만 하거든요.
 
게다가 고시원으로 타겟을 좁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은 부분이 '옆방 소음의 차단 여부'였던 터라 
웬만큼 크게 동영상 등을 켜놓지 않는 이상,
오히려 창 밖이 시끄러울 정도로 문 바로 앞을 지나는 발소리나
간간히 짧은 대화 소리만이 들립니다.
 
밖에서야 평소같이 사회 생활과 학교 생활을 하겠지만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잠을 자고 있을테니
여기서 만큼은 소음이 날지 모르는 나의 욕구와 자유를 조금은 자제해야합니다. 
 
서로의 옆방에 있으나, 없는 듯이 생활하는 살아있는 유령들.
제가 고시원에서 느낀 것은 그런 감상이었어요.
 
 


아, 그렇다고 해서 죽은 듯이
마지못해 사는 그런 인생이라는 말이 아니라
각자 목표가 있고 이유가 있어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것일 뿐
 
주거 형태의 독특함을 떠나 
서로가 조용히 지내기 위해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정한 유령들 같다는 의미로 쓴 말임을 양해해달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지난 번 나의 밑바닥 터치다운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밤이어서 깜빡한 한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채광이 제대로 된 창문의 존재!
 
내창방에서 지낸 덕에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왔던 고로,
물론 유전적인 기질과 성향의 문제가 일부 있는 것이지만
일조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권리가 보장된 문제라고?


본진에 있는 내 방보다도 좁고
세간살림도 적지만
밝고 통풍도 잘되서 너무 만족스러운
이 창문 하나가
오히려 나와서 사는 것이 더 좋은 이유 중에 하나이지요.
 
혼자 쓰는  방이 없었기에 새로 생기면 좋다!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치 않게 배정된 내 방이라는 존재만큼 짜증나는 것은 없거든요.
 
 
몇만원 더 아끼려고 창문이 없는 방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으나,
잠만 자고 나갈거라 상관 없다-고 주장해도
분명 체내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햇빛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수면 시간에도 일조 시간의 영향을 받으므로 언젠가는 
뇌기능의 정신적인 면과 육체 피로에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창문 없는 방 역시
거주, 주택 법 차원에서 임대 금지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어째 런 Run 스킬만 늘어가는 중

여백이 보이십니까, 섹션을 나눴는데도 뭐가 없어요. 오우!

 
홧김에 가출했던 10월의 첫 자취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어김 없이 성질 긁는 인간들과 영영 끝장을 볼 금전 상황은 안되니...

11월 고시원으로 들어갈 때는 
필요 물품 리스트를 더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 주방 / 먹는 것 = 조리도구, 조미료
  • 옷장 / 입는 것 = 의복, 양말, 신발
  • 욕실 / 씻는 것 = 수건, 샴푸, 청결제, 워시, 비누, 치약, 칫솔
  • 서재 / 쓰는 것 = 노트북, 태블릿, 다이어리, 만년필, 잉크
  • 침실 / 자는 것 = 담요, 베개, 바디 필로우

로 구역을 기준으로 정해서 리스트를 단순하게 나열할 수 있었고,
 
 
갖고 나가봤더니 쓸 일이 없고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들도 빼고

(ex. 너무 작은 크기의 베개, 운동기구, 2벌을 넘어가는 아우터와 신발 등)

혹시 가져갔다가 쓰지 않게 될 물건도 예상해서 준비해두고

(ex. 여행용 빨래줄, 포터블 모니터 등)

반드시 필요한데, 다시 구입하기는 번거로운 물품들을 리스트에 기입해두고서

(ex. 담요, 멀티탭, 적량의 옷 등)

 
 
짐은 너무 크고 무거우면 안되니까,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으면 제외하고 가져가는 편이 낫겠다 싶거나
저번에 사뒀던 것들을 다 쓸어 넣고 가방을 닫으면 끝!이었습니다요.
 
빠르게 체크한 뒤 바로바로 짐을 싸서 본진을 런하도록 합니다.
 
 

이번에 가장 부피가 크면서 무거웠던 짐은
바로 조미료......
 
간장, 굴소스, 오일 등등등...
 
원룸촌은 근처에 할인마트며 식자재를 조달하기 편했는데
이번 고시원은 오피스 상권에 상가들이라
식당이나 패스트푸드는 많은데 식자재를 파는 마트 자체가 없어요..OMG
있다 해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나가야하는 상황이라니, 
이것 역시 뽑기 운... 이 아니라 판단 미스!
 
이번에야 말로 이 조미료들을 모두 소진해서 비우고 
짐을 가볍게 해야겠습니다.

 
 
통증을 유발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
근심, 상처, 분노, 슬픔 등의 강렬한 감정은
내 몸과 그 장소에도 각인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최고!
인간들로부터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꼴보기 싫은 것들은 물리적으로 떨어져보는 것이 최선이지요.
 
 
 
그래도...
직장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도보 2분 안에 지하철 역이 있는 초역세권인 덕에
휴일에는 느긋하게 햇빛쐬면서 좁은 방에서도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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