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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未募思

고시원 아포칼립스 :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고시원 생활백서

  • 도어락 배터리
  • 공용 세탁기와 건조기 전쟁

 

 

 SCV는 오늘도 배터리를 찾아서


 
왜 나는 가는 곳마다 건전지가 닳아 있을까?
아마도 다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지내면서
무심하게 그 문을 여닫고 무시했던 것이겠지요.
 
지난번 원룸에도 내돈으로 건전지를 사서 갈아넣어줬지만
고시원에서도 같은 수순을 밟을 줄이야.
 
인생은 덧없는 회전목마이고 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야 마는 것일까-
하는 매우 암울한 생각마저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느날 갑자기 휴대폰도 두고나왔는데
덜컥 잠겨버려서는 안 열리는 사태를 예방하려면..
내 돈으로라도 남의 집 내방 도어락에 밥을 줘야지 에휴...
 
 
라는 건 핑계고 신나게 다이소로 갈 명분을 찾았다면서 뛰쳐나갈 것입니다!!
쇼핑은 언제나 새로워! 짜릿해! 최고야!

내 돈으로 남 좋을짓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내가 쓴 방이 된 이상 의리로 밥을 먹여주도록 합니다.
 
 





발레를 시작하면서 빨래감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습니다






세탁기 전쟁

 

이른 퇴근 후에 세탁기를 돌릴 생각으로 공용 휴게실에 입성했더니 마주친 광경.
세탁기는 비어 있고, 건조를 기다리는 한 팀의 바구니가 놓여 있는 채로
건조기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호라, 더 늦기 전에 내 차례를 위해서 세탁기에 내 빨래거리들을 집어 넣고 돌립니다.
 
쾌속, 소량 세탁 옵션만 가능하다는 게 조건이라서, 
대략 5킬로 정도 되는 세탁물이지만 40분 세탁 옵션으로 띠리링~ 세탁을 시작했죠.
 
건조기는 대략 20분 정도 남아 있군요.
 
지금 건조기를 쓰는 사람이 빨래들을 비우면 먼저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자신의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돌리는 사이
저는 세탁기에서 빨리를 마치면 적당히 모아 놓고 건조기를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40분 후.
 
오, 먼저 건조기를 돌리던 사람이 자신의 옷가지를 찾아갔는지
그 다음 팀이 건조기를 돌리고 있고 
저는 제 것을 세탁기에서 꺼냅니다.
 
근데, 요것 봐라?
건조 역시 소량, 쾌속 건조만 하라는 공지가 붙어있는 것을 
깔끔하게 씹어 뱉은 것인지 건조시간이 1시간 20분?
 
슬쩍 불쾌감이 올라왔지만
또 조건 중에 하나가 '먼저 돌리고 있는 사람의 것을 마음대로 중단 시키지 맙시다.'
에서 마음이 걸리므로
썩은 표정으로 1시간 20분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렇게 초조하게 알람 타이머를 맞추고 나서 시간이 다 되어 다시 가본 공용실에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는 건조기...?
그리고 어느새 세탁기도1시간 넘는 타임을
잡은 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허..
심지어 건조기 녀석은 무슨 pt선생의 '회원님, 하나만 더요'도 아니고 
시간이 다 지났는데도 시간 표시 없이 맹렬히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이젠 빡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10분을 더 기다리고 그것이 20분이 되고...
 30분 쯤 되었을 때는 건조기와 세탁기 둘 다 멈춘지 오래이지만
주인들이 자기 물건을 찾으러 올 생각 자체를 하지않고 있습니다.
 
이용 수칙 중에 하나인 
'타이머를 맞춰두고 다음 사람의 이용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바로바로 꺼내가도록 합시다.' 가 유린 당하는 순간이었지요.
 
 
그냥 빨래를 방에다 적당히 널려 놓고 출발해야하는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본진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갖다둘 겸 저녁 수업이 있어서
슬슬 출발 시간이 촉박해져옵니다.
 
임의로 빼내고 내 것을 건조기에 돌려버릴 것인가,
더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방에다 대충 던져 놓고 다음 날에 돌아와서 후처리를 할 것인가
생각이 길어질 수록 선택지가 늘어만 가고 있던 그때,
 
인기척이 공용실에서 들려옵니다.
 
그러나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던 이는 '혹시 이 빨래 주인이세요?'하고 묻습니다.
아닙니다. 전 건조기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거 꺼내놓고 제가 써도 되나요?'
글쎄요...
 
이제 곤란한 사람까지 둘로 늘어버렸군요.
 
결단을 내려야할 때 입니다. 

그리고 잠시 오작동을 하던 끝에 기어이 고시원의 원장님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생각보다 젊은 원장님의 목소리가 아... 그런 상황이셨군요. 하시더니
 
 "바구니에 먼저 있던 빨래들을 다 빼놓고 사용하시지요. 주인이 안오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
 
허가를 얻어냈다아 이 말입니다!!
상식적인 세상 만만세!!!!!
 
버스를 타고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합심해 
주인이 안오는 빨래거리들을 꺼내서 바구니들에 옮겨 놓고 각자 
세탁과 건조를 진행했다는 햅삐엔딩!
 
 
이제까지는 자취를 할 때, 늘
공용의 공간이나 타인과 함께 이용해야만 하는 시설이 없도록
단독, 원룸 등 외동 라이프를 즐겼는데
 
자금의 문제가 엮이면 이런 제약이 생기는구나-하는 새로운 가르침을
얻었다는 것이지요.
 
풀옵션 원룸 만세만만세인 것입니다.
 
그리고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된다면,
시설 관리인 등, 윗 사람(?!)의 허가를 얻어 진행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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